이번 주는 차트 대신에 사과를 준비했어요. (웬 사과?) 여러분! 혹시 차트를 왜곡하고 오류를 범해서… 잘못을 인정했다고 사과한 기사 본 적 있나요? 오보를 내면 사과하고 정정보도를 하지만 차트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조작해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 건 사과하지 않아요. 아쉬운 부분이죠…
차트도 기사의 일부분이라 왜곡하거나 오류를 범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 기사를 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오히려 옛날 옛적~ 낭만이 있던 시절에는 신문에서 사과를 했어요. 독자들이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면 며칠 지나더라도 <바로 잡습니다> 혹은 <00에 대한 실수>와 같이 지면을 빌려 사과를 했어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언론사의 특별했던 사과! 🍎 함께 살펴볼까요?
독자는 ‘매의 눈’… 단순 실수도 사과
1995년 8월 24일 동아일보 23면에 <도표 속 그래프-그림 일치 안돼 혼란>1이란 글이 올라왔어요. 한 독자분이 몇일 전 기사를 보고 그래프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건데, 당시 동아일보는 그런 실수에 대한 지적을 공개했어요. 사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텐데 실수를 인정했다는 점이 멋지지 않나요? 요즘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서 아쉽기만 하거든요.
사실 악의적인 왜곡은 아니고 <한국의 세계 10위권 이내 산업>을 막대 그래프로 나타냈는데 자동차를 나타낸 막대에 컴퓨터를, 화학섬유에는 선박 그림을 올려놓다 보니 집중이 안 된다는 지적이었죠. 독자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이 됩니다. 그림으로 내용을 유추할 확률이 높은데 얼핏 보면 선박 산업 규모가 저조하고 컴퓨터 관련 산업은 생산량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사실 이 차트의 더 큰 문제는 막대의 높이에요. 막대차트는 비교를 목적으로 하는데 y축에 나타낸 각 산업의 단위가 다르다 보니 마치 시멘트의 세계 전체 생산량은 가장 크고 화학섬유는 가장 적게 보이는 오류가 발생하죠. 자동차와 철강만 비교해봐도 자동차는 5199만4천 대, 철강은 7억2583만 톤인데 자동차 막대가 더 높은 건 오류가 아닐까요?
그럼에도 독자의 지적을 그대로 공개하고 잘못을 인정한 점은 당시 동아일보에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어때요? 20년 전이지만 요즘보다 훨씬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가 훌륭하죠?
정크차트? 잘못을 인정합니다…
예전에도 차트 왜곡은 문제가 됐나 봐요. (물론 최근에는 더 심하지만) 위 사례보다 훨씬 왜곡이 심한 건데요. 비슷한 시기인 1995년 5월 24일 <독자 모니터 광장>2에 실린 내용인데 잘못을 인정한 내용도 훨씬 길었어요. 독자 분께서 차트의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꼼꼼하게 설명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근래 기사에서 많이 하는 왜곡(오류)인데요. 5월 11일자 10면에 실린 <금년 1-3월 업체별 상용차 판매 대수 및 시장점유율>에 실린 차트가 막대 높이를 왜곡했어요. 문제의 주인공은 바로 왼쪽에서 3번째 막대인 ‘대우자동차' 인데요. 대우자동차 판매 대수는 1,914대 수준인데 오른쪽 막대인 아시아자동차의 판매 대수인 10,438대 보다 더 많다고 나타냈어요. 명백한 오류를 범한 거죠.
해당 언론사는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별다른 설명은 없고 독자의 지적만 실어줘서 살짝 아쉬운 점도 있지만 지적을 수용했다는 것만 해도 요즘 언론들이 보고 배우면 어떨까요?
지면뿐만 아니라 요즘은 웹과 모바일에서도 기사를 많이 보다 보니… 수많은 차트와 그래프를 접하게 되는데요. 자세히 보면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잘못 만든 차트가 엄청 많죠?… 특히 선거 직전에는 왜곡과 과장이 엄청 심해지는 걸 심심찮게 볼 수가 있는데요. 무엇보다 독자를 기만하고 속이려는 의도는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오류를 지적하면 해당 언론사는 말 없이 차트를 수정하거나 기사에서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말고 옛날 신문의 특별한 사과처럼 잘못된 부분을 명시하고 수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과까지 하면 훨씬 더 멋질테고요~
모냥은 이런 정크차트 계속 감시합니다 쭈~~욱 🐱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082400209123011&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08-24&officeId=00020&pageNo=23&printNo=22948&publishType=00010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4052200209119006&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4-05-22&officeId=00020&pageNo=19&printNo=22519&publishType=0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