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드려요. 모냥😽입니다. (잊지 않으셨죠?) 작년에 정크차트를 연재하다가 총선과 함께 사라졌는데요. 최근에 어떤 독자분께서 <차트 왜 이모냥>처럼 다른 연재를 요청한 피드백을 보고 다시 연재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잘못된 그래프 고쳐주는 편 다음편은 안 나오는 걸까요...?
그래서 뭘 연재할 것이냐? 오래 묵혀뒀던 기획인데요. 옛날 옛적 차트 리뷰를 해볼까 해요. 작년에 정크차트를 꾸준히 비판하다 보니 문득 ‘과거 신문과 방송에서는 차트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과거에도 차트를 엉망으로 만들었을까? 엑셀과 Python, R이 없던 시절인데 과연 차트는 어떻게 제작됐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성스럽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정크차트가 난무하는 오늘날! 우린 과거로부터 차트를 다시 배우는 건 어떨까요? 정형화된 오늘날의 차트에서 벗어나 참신한 기획과 정성이 담긴 차트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의 물음표는 점점 더 늘어났어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차트! 라떼는 말이야>. 매주 모냥이 옛날 차트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니 매주 마부뉴스! 놓치지 마세요
최초의 차트는 1936년 1월 1일 동아일보였다!
옛날 차트 어떻게 찾을까요?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는 과거 신문의 스캔본을 공개하고 있어요. 1920년 1월 1일부터 1999년 1월 1일자까지! 약 80년간의 방대한 자료입니다. 최초의 차트가 언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1920년 1월 1일자 신문부터 뒤적여 봤더니 1936년 1월 1일자 동아일보 석간 14-15면에 차트 형태가 처음으로 등장했어요!
1936년 이전의 신문을 보면 글자만 빽빽하게 채워져있는데 이때부터 신문에 차트나 삽화가 조금씩 등장하는 것으로 보여요.
서양의 차트 역사는 정말 오래됐는데 우리나라도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차트를 썼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첫 번째 글은 모냥이 찾은 우리나라 최초의 차트에 담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당시 세계경제를 다루는 차트 클라스!!
맙소사!! 신문에 글이 죄다 한자입니다!! 무슨 내용을 차트로 만들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옥편을 뒤적이며 해석해보니 1930년대 전 세계 열강국들의 경제 상황을 분석한 내용이었어요. 제목이 <世界經濟第一線(세계경제제일선)>입니다. 주로 일본, 미국 영국의 경제 상황 비교를 시각화한 차트가 많았어요.
모냥이 놀란 건 이 당시 신문에 활용된 차트와 레이아웃이 요즘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차트와 지도를 더 적극적으로 썼는데요. 차트에 대한 왜곡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해요.
차트 화질이 좋지 않아서 알아보기 힘든 게 많지만 흥미로운 부분들을 소개해볼게요.
1. x축의 라벨이 일본의 연호라고?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선차트(line chart)의 x축을 보면 5, 6, 7, 8 등 숫자로 써놨어요. 시간을 의미하는 단위(연도, 일자 등)가 들어가야 하는 자리인데 생뚱맞은 이 숫자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당시는 일제강점기였고 일본 총독부가 신문을 검열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서력을 쓰지 못했다고 해요.
대신 일본의 연호를 써야만 했죠. 당시 일본은 쇼와 시대였기 때문에 쇼와 n년을 붙일 수밖에 없었겠죠. 계산해보면 차트의 쇼와 5년은 1930년, 9년은 1934년입니다. 즉 차트의 시간 범위는 1930-1934년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안타깝게도 조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일본의 국호를 써야만 했다는 점이 안타깝네요.
차트는 당시 방직공업 지수를 보여주고 있어요. 일본과 영국의 차이가 벌어지는 걸 기사에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목적에 맞게 한눈에 표현됐죠? 우선 선의 형태를 다르게 써서 국가별로 차이를 뒀어요. 당시는 컬러로 표현이 불가능해서 선의 형태로 차이를 두고자 한 걸로 보여요. 영국을 점선으로 표현한 거 보이죠? 종합적으로 차트의 ’차트의 제목, 축의 라벨, 주석 등을 꼼꼼하게 잘 넣어준 기본이 탄탄한 차트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2. 웬걸? 1936년에 그룹 막대 차트가?
차트에 관심 있는 분들은 많이 쓰는 유형이겠지만 일반인에게는 만들기도 어렵고 생소한 그룹 막대 차트(group bar chart)가 1936년에 등장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당시 차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보여요.
이 차트는 주로 비교를 목적으로 하는데 아래 차트 역시 쇼와 9년(1934년)과 10년(1935년)의 세계 열강들이 육해공군의 군비를 확충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개를 발행한 액수를 보여주고 있어요. 검은 음영은 육군, 회색 음영은 해군, 빗금은 공군을 뜻해요. 미국이 군비 확충을 위해 공채를 가장 많이 발행한 걸 차트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죠. 거의 18억 엔에 육박하는데 일본의 2배 수준이네요.
어때요? 이 차트만 보면 당시 열강국들의 정세를 쉽고 빠르게 알 수 있었겠죠? 1930년대 신문의 수준이 서양과 견주어 봐도 대단했다고 볼 수 있어요.
또 다른 막대 차트도 재밌었어요. 열강국들의 무역 증감을 비교한 차트에요. 이 차트가 조금 특이했던 건 쇼와 4년의 무역량을 100으로 설정했어요. 그리고 그 이후 연도의 무역량을 비교하게끔 제작했어요. 각각의 블록은 각국을 의미하고요. 쇼와 연호를 기준으로 왼쪽은 수출, 오른쪽은 수입을 뜻해요. 가령 일본은 쇼와 4년(1929년) 이후에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다가 쇼와 8년(1933년)부터 회복하는 추세고요. 다른 나라들은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걸 차트로 확인할 수 있죠. 실제로 당시 전 세계 무역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일본의 무역은 1929년부터 한동안 성장하는 시기였어요.
어떠셨어요? 손으로 그린 차트지만 만든 이의 고민이 담겨있지 않나요? 제한된 지면에 방대한 통계를 보기 좋게 담으려는 과정은 충분히 배울만 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시에도 통계와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그럼 다음주에도 또 다른 옛날 옛적 차트와 함께 만나요~ 😽